개인적인 생각

국비지원교육(IT)을 신청하기 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

네트워크 엔지니어 환영 2024. 8. 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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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공간입니다.

제가 취업준비를 시작하던 2013년에도 국비지원교육 과정은 이미 활성화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국비지원교육 과정은 정부의 지원 아래 취업준비생들로 하여금 학원에서 제공하는 각종 직업훈련을 일정기간 무료로 받게 하여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제도를 뜻합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서도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와 계약을 맺고 "자바 개발자 양성 2개월 교육 과정"을 만들어 4학년 학생들의 취업준비를 도왔죠. 저 또한 해당 교육 과정을 수료한 이후에 개발자로 취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죠.

 

남발되는 국비지원교육 과정의 폐해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2024년이 된 지금에도 국비지원 교육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비지원교육을 제공하는 학원들은 취업준비생의 이목을 끌만한 단어를 국비지원교육 과정의 제목에 넣어서 수강생을 유치하죠. 빅데이터부터 AI 등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IT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기술을 국비지원교육 과정의 제목에 집어넣습니다. "AI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과정", "JAVA 기반 빅데이터 개발자 과정" 등이 흔한 예시이죠. AI나 빅데이터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단어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은 차치하고 중요한 부분인 교육 내용을 보면 이것저것 다 중요한 개념이라며 다 가르친다고 쓰여있습니다. 다 중요한 것 같은데 이걸 배우는 게 맞는 건지 참 애매합니다. 나중에 일할 때 중요하게 쓰이는 것인지 잘 모르죠. 그래서일까요? IT오픈카톡방 혹은 일대일 면담을 신청해 오는 학생/취업준비생분들 중엔 수많은 학원에서 제공하는 국비지원교육 과정의 홍보 포스터를 몇 개 들고 와 "어느 교육 과정이 좀 더 나은 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면담을 요청하신 분들이 가져온 국비지원교육 과정 포스터의 제목과 내용을 읽어보면 저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제목은 꽤 거창합니다만 과연 이것을 입문자에게 제한된 기간 내에 가르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죠.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과정을 6개월 만에 수료할 수 있다고?", "빅데이터와 JAVA를 활용해 웹 개발을 하겠다는 게 무슨 소리야?", "ChatGPT 기반의 개발자면 그냥 코드를 GPT한테 짜달라는 것 아닌가?" 등의 생각이 들곤 합니다. 과정 내용을 봐도 답답한 마음이 들긴 매한가지입니다. 과정에 언급된 주제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모두 가르치기엔 상당히 어려울 텐데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가르치는 내용이 전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특정 직무의 교육을 한다면 우선순위를 두고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내용을 비중에 가르쳐야 할 텐데 말입니다. 심지어 Amazon Web Service(이하 AWS)에서 협약을 맺고 극히 일부 시간만 강의를 해주는 것뿐인데 과정명은 마치 AWS에서 교육해 주는 것처럼 수강생을 속이는 국비지원교육도 있습니다. 국비지원교육을 홍보하면서 상세 교육 내용을 게시해두지 않고 제목과 함께 과정을 수강한 과거 수강생들의 후기, 강사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교육 과정도 있었죠. 상세 교육 내용을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비지원교육 과정을 신청하기 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비지원교육을 수료하는 것이 IT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과 학생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길인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컴퓨터공학을 배운 적이 없거나 IT업계에서 일하고 싶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국비지원교육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죠. 그렇기에 국비지원교육을 선택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 때 개발자 국비지원교육 과정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수료했던 수강생으로서, 수료했던 과정과는 다른 직무의 길을 걷는 IT 종사자로서 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조언입니다.

첫 번째, 자신의 직무와 적성은 자신이 판단해야 할 몫

IT 종사자의 길을 선택하셨다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적성이 맞지 않을 것 같으면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직업인만큼 오래 일해야 하고, 오래 일하려면 즐겁지는 않더라도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괴롭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는 흥미를 느끼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흥미가 없다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기 어렵겠죠. 그렇기에 적성에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업으로 삼고자 하는(국비지원교육을 수강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자 한다면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 필요 기술, 업계 현황, 신기술 등에 대해 힘닿는 데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며 앞으로 10, 20, 30년간 꾸준히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개발자 교육 과정을 수료했지만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적성을 생각하지 않고 취업이 된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수강한 결과입니다.

이는 적성뿐만 아니라 국비지원교육 과정의 좋고 나쁨을 구별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애시당초 "어느 국비지원교육 과정이 나은 지 잘 모르겠다"는 말은 곧 교육 과정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제대로 찾아 공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상세 교육 내용을 봐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니 뭘 가르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직장 생활의 시작이 될지도 모를 국비지원교육 과정을 준비한다면 상세 교육 내용에 대해, 직무의 상세 내용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책을 찾아 읽어보고, 구글링을 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예습을 해야 합니다. IT 업계에서 일해보지 않았으니 뭘 모르는지 모르는 취준생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결국 자신의 직무와 적성은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으며, 국비지원교육 과정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은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입니다.

두 번째, 역지사지(易地思之) - 국비지원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학원도 결국 "기업"이다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취업준비생과 학생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학원은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캠퍼스, 교육원, 정보센터, 아카데미 등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들도 결국 기업입니다. 기업의 최종목표는 이익의 극대화입니다. 국비지원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학원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결국 최대한 수강생을 많이 모으는 것입니다. 더 많은 수강생을 모집할수록 더 많은 이윤(정부지원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학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노력합니다. 빅데이터부터 ChatGPT, AI까지 IT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들을 차용해 홍보 포스터를 자극적으로 만들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IT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국비지원교육 과정만 수료하면 수강생들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합니다. 

학원도 결국 기업이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학원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국비지원교육 홍보 포스터를 보고 학원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경영자로서 수강생을 최대한 많이 모으려는 이 학원의 국비지원교육 홍보 포스터에 학생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 구체적으로 작성은 게 효율적인지, 교육 내용은 대거 빼고 과거 수강생의 칭찬 후기와 함께 강사에 대한 자랑을 많이 늘어놓는 게 더 좋은지 말이죠. 또 온갖 내용을 전부 가르치는 것처럼 교육과정을 꾸며놓고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조금씩만 가르칠지, 특정 직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좀 더 집중하여 정직하게 나열하는 게 맞는지 경영자의 입장에서 고민해 봅니다. 그러고 나서 홍보포스터의 거품을 빼고 어느 학원이 상대적으로 나은지 좀 더 고민하는 겁니다. 좀 더 나아가 학원의 마케팅 또한 연장선상에서 고민을 해봅니다. 과연 학원의 상담사는 진정 학생의 진로를 위해 이것저것 모두 관리해 주고 가능하다고 하는 것인지, 학원의 이익과 자신의 실적을 위해 사탕발린 말을 하는 것인지 말이죠.

기업(학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학원의 소개글을 읽어보고 기업(학원)이 존속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재무 상태는 어떤지 확인해 보는 겁니다. 기업이 이익을 제대로 창출해야 설비 투자와 같은 재투자가 가능한 것처럼 학원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면 교육환경에 투자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국비지원교육은 결국 학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 환경이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원이 좋지 않은 재무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제대로 된 교육 환경과 장비 혹은 강사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화려한 포스터에 비해 낙후된 건물과 낙후된 컴퓨터를 가지고 교육을 진행한다면 썩 좋은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겠죠. 또한 퇴사자가 많다면 학원이 제대로 경영되고 있는지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수강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지하는 사람은 학원의 임직원(강사 포함)인데 임직원의 잦은 퇴사는 좋게 볼 수 있는 신호가 아닙니다.

세 번째, 국비지원교육 과정 내내 뼈를 깎는 노력을 할 자신이 있는가

직무가 자신의 적성에 어느정도 맞고 진로로 정할 마음을 먹었다면 한 번 더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할 질문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교육 과정 내내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시간만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 팀프로젝트를 꾸리게 되면 쇼핑몰 같은 간단한 프로젝트로 대충 정하고 무임승차를 하거나 역할을 맡더라도 미미한 역할을 맡게 되죠. 취업할 때가 되어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때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것처럼 최대한 꾸며보지만 결국 면접에서 기반이 탄로 나기 마련입니다. 

이 업계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6개월은 죽었다 생각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업 시간 내내 딴짓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배운 내용을 모두 필기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발자 과정의 경우) 주말에는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같은 국비지원교육 과정에서 자세히 가르치지 않는 것을 따로 공부해 두고, 끊임없이 코딩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팀프로젝트에서는 타 팀 혹은 타 학원에서도 하지 않을 법한 독특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구체적이면서도 단편적인 말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열했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친 듯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대우도 남들 받는만큼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태될 때 남들과 함께 도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