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퇴직연금은 IRP를 의미합니다.
24년 5월, 저는 퇴직연금에 대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서른 중반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슬슬 노후 준비를 조금씩이라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이는 곧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습니다. 퇴직연금의 종류와 특징을 공부하고 퇴직연금의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퇴직연금 쉽게 이해하기 #1에서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에 대해서 다루었는데요. 401(k)에 대한 자료의 내용이 워낙 제각각이라(401(k))라는 이름이 유래한 법안이 ERISA인지 내국세입법인지) 글을 쓰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IT 블로그인지라 조회수는 그다지 나오진 않지만 퇴직연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었기에 참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블로그를 찾아주십니다만, 그중에는 제가 아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팀원들도 제 블로그를 보죠. 하루는 팀의 막내 사원들과 블로그에 대해 지나가듯이 이야기를 하던 와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장님, 블로그에 요즘 퇴직연금 제도도 올리시던데요! 보긴 봤는데, 전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 퇴직연금을 준비하진 않게 되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나서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마음속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퇴직연금 시리즈를 연재하는 이유는 퇴직연금을 준비해야 하는 대상이 다름 아닌 사회초년생, 저연차 직장인이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을 효율적으로, 충분히 준비할 여유를 가진 세대는 20~30대라는 생각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시간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복리의 마법입니다. 사실 전 복리의 마법의 원리에 대해 제대로 잘 이해하지는 못 했습니다. 어떤 곳은 연복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눈덩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다만 자료를 찾아볼 때마다 한 가지 공통되는 내용이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하고, 받은 배당금을 재투자하여 주식을 또 사고, 그 주식이 또 배당금을 낳는다. 그리고 눈덩이처럼 커져서 굴러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퇴직연금에서 복리의 마법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시간입니다. 거대한 눈덩이를 만들어 굴리면 그만한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사회초년생에게는 그런 돈이 없죠. 그리고 거대한 눈덩이를 만들기 위해 꼭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돈이더라도 꾸준히 적립하고 투자를 통해 꾸준히 굴린다면 거대한 눈덩이, 복리의 마법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돈을 꾸준히 굴려 거대한 눈덩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직연금 또한 동일합니다. 작은 돈이더라도 오랜 시간 퇴직연금에 꾸준히 넣고 이를 미국 S&P 500 지수 추종 ETF 등에 투자하여 굴리면 보면 복리의 마법에 의해 큰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리 여유가 없더라도 일정금액을 꼭 퇴직연금에 붓게 됩니다. 이 작은 돈이 계속해서 굴러 먼 훗날 큰돈이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유로울 때 모으자
사회초년생은 부모님 집에 살거나, 자취를 하더라도 돈을 쓰는 대상이 자기 자신에 국한됩니다. 즉, 상대적으로 고연차 직장인에 비해 자신에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퇴직연금에 돈을 부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연금에 부을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정이 없거나 아이가 없더라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 번 들인 소비습관은 늘면 늘었지 줄어드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줄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소득의 일부를 퇴직연금에 부어 소비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고 복리의 마법을 실현시켜야 합니다.
세금을 깎자
퇴직연금에 납입하는 금액은 일정 금액에 대해 세액 공제를 받습니다. 여기서 세액 공제는 결정세액, 다시 말해 근로자가 자신이 번 소득에 비례하여 납부하기로 "결정"된 "세금"에 대해 일부 금액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공제"함을 의미합니다.(물론 여기서 소득 공제라는 중요한 축이 있지만 퇴직연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펀드(속칭 개인연금)를 합쳐 연간 최대 1800만원을 납입할 수 있고, 최대 900만원이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퇴직연금이 개인연금에 비해 우위를 갖는 것이 바로 세액공제 대상 금액입니다. 퇴직연금 없이 개인연금만 부을 경우, 공제 대상 금액은 600만원에 불과하지만 개인연금 없이 퇴직연금만 부을 경우, 공제 대상 금액은 900만원입니다.(물론 개인연금 없이 퇴직연금만 붓는 것은 결코 추천하지 않습니다. 퇴직연금이 개인연금에 비해 갖는 우위를 설명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총소득에 따라 15% 혹은 12%의 세액 공제율이 적용되어 최대 135만원의 세금을 절감하게 됩니다. 내야 할 세금보다 이미 낸 세금이 더 많을 때, 돌려받는다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퇴직연금을 잘 활용하면 연말정산은 늘 13월의 보너스가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개인적으로 40대 이후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0대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복리의 마법을 실현시키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고, 그 나이에는 이미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아 돈이 들어갈 데가 많아 연금에 많은 금액을 납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후회해봤자 그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연금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