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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

Why의 중요성

by 네트워크 엔지니어 환영 2024.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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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공간입니다.

학창 시절, 수학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학이 싫어 문과에 왔기에 미적분 등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래도 수학은 어려웠습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난생처음으로 수학 학원에 다니며 2학년 수학(수학Ⅰ)에 대한 기초를 다시 잡았습니다. 효과가 괜찮았는지 수능을 보니 수리 영역이 2등급이 나왔습니다. 고교 3년 내내 수리 영역은 3등급 이하를 맴돌았는데 수능에서 처음으로 2등급을 받았죠. 지금 생각해도 참 놀라웠습니다. "다들 학원을 다니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언어 영역 또한 처음 받아보는 등급(4등급)을 받으며 나락으로 떨어졌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수학 성적이 늘 좋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기초를 제대로 잡지 않은 것에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기초를 공부하며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그냥 넘어가버린 것이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서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 거지?"보다는 "원래 그런가 보네, 그냥 외우자"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공식을 보고 외우고 기출문제를 무지성으로 풀기 바빴습니다. 기초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만 외우기 급급하니 공식을 단순 활용하는 문제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며 기초를 다시 잡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Why의 중요성

엔지니어로서 프로토콜과 장비를 공부할 때, 늘 "Why?"를 마음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엔지니어로서 프로토콜과 인프라 전반에 대한 기초를 잡을 때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 혹은 잘못 알게 된 부분이 반드시 발생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 혹은 잘못 알게 된 부분을 방치하게 되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그저 현상 그대로를 정상 동작으로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프로토콜을 공부할 때도, 네트워크 장비를 공부할 때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발생한다면 "왜 프로토콜이 이렇게 만들어졌는가?", "왜 이렇게 동작하는가?"를 항상 생각하며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프로토콜은 제대로 이해가 될 때까지 자세히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네트워크 장비는 다양한 벤더들의 제품으로 나뉘고 명령어도 다르지만 사용하는 프로토콜은 동일하거나 프로토콜을 어느 정도 비틀어 사용한다 하더라도 흡사합니다. 그러므로 프로토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면 익숙하지 않은 다른 벤더의 장비를 다루게 될 때도 보다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물론 장애 발생 가능성과 휴먼 에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Why의 중요성에 대해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Layer 2에서 많이 사용되는 VLAN과 Trunking(이하 트렁킹)입니다. VLAN은 브로드캐스트 도메인을 나누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고 Trunking은 하나의 물리적 링크를 통해 다수의 VLAN이 통과할 수 있도록 이더넷프레임에 802.1q 헤더를 추가하고 VLAN ID를 기입, 각각의 VLAN의 ID가 무엇인지 구별하는 기술이죠. Why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단순히 Access VLAN은 동일한 VLAN ID를 가진 스위치끼리 통신할 때, 트렁킹은 다수의 VLAN이 통신해야 할 때 설정하는 것이라고만 이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변칙적인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죠. Why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 다시 말해 "트렁킹을 사용하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VLAN ID를 구별하는가?"를 배운 사람은 트렁킹 사용시, 이더넷 프레임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해할 것이며 이를 이용해 나타날 수 있는 특이한 현상에 대해 이해할 것입니다.(VLAN 쉽게 이해하기 #2를 참조하세요) 그리고 트렁킹을 제대로 사용하여 다른 계층의 장비들(Layer 3, 4, 7 등)과 연결시 VLAN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죠.

 

쉽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제 블로그의 대문에 걸려 있는 말입니다. 누가 처음 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정말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4년이 넘은 이 순간에도 전 글을 쓸 때면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한 순간도 잊지 않습니다. 몇 달에 걸쳐 자료 조사를 하고 글을 써내려 갈 때면 중간중간 멈춰 서서 "정말 이해하기 쉽도록 쓰고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글을 써가는 와중에도 어김없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부분은 틀어박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글의 주제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설명하던 와중에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부분(다시 말해 Why?의 관점에서 공부하지 않은)의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글의 앞뒤가 맞지 않아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죠.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Why?"를 떠올리며 제대로 공부했고 이를 검증해보고 싶다면 공부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설명할 누군가가 없다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상상을 해도 좋습니다. 제대로 이해했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으며,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어물쩡거리며 넘어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엔지니어로서 모든 것을 배우고 공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배운 것에 한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자신이 유능한 엔지니어임을 증명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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