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적인 생각

글을 쓰게 된 계기

by 네트워크 엔지니어 환영 2023. 4. 10.
반응형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공간입니다.

전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에게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누는 것을 무척 즐겼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도록 영어 단어 하나 읽을 줄 몰랐지만 우연찮은 계기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독학으로 배운 탓에 어려웠지만 성취감은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한 첫 번째 일은 사촌동생들을 모아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사촌동생들에게 나누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덤으로 고모에게 용돈도 받았지요. 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은 영어 백과사전을 보고 다시 공부했습니다. 제가 가르치면서 배울 수 있었죠. 선순환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전 "F5 Networks"라는 벤더의 네트워크 장비를 다루는 네트워크 엔지니어였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고객사에 L4 / L7 스위치와 SSL VPN을 주로 기술지원하는 엔지니어였죠. 고객사 중 하나가 SSL(Secure Sockets Layer) 인증서와 암호 알고리즘 집합인 "Cipher Suite"를 무척 잘 다루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취약해진 Cipher Suite를 L4 스위치에서 제거하도록 요청하고 Perfect Forward Secrecy(PFS)를 지원하는 알고리즘의 우선 순위를 높이는 등 꽤 수준 높은 보안을 유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인 제가 SSL을 몰라선 안 되었기 때문에 SSL 인증서와 SSL handshake, Cipher suite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꽤나 어려웠지만 알고 나니 속이 후련했죠.

반응형

시간이 흘러 이직을 하고 한 고객사의 네트워크 운영자로 일하던 시절, 당시 업무와는 큰 관련이 없던 SSL(Secure Sockets Layer)를 쉽게 설명할 방법들이 머릿 속에서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아! 이렇게 설명하면 참 쉽겠는걸?" "이렇게 설명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네트워크 운영자로 일하고 있었기에 Cisco 스위치/라우터, VPN, 무선 AP 등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SSL(Secure Sockets Layer)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결국 본능의 집요함(?)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를 글로 옮기기로 결심했고 그리하여 세상에 나온 글이 바로 HTTPS 통신과정 쉽게 이해하기 #1(HTTPS의 개요)와 HTTPS 통신과정 쉽게 이해하기 #3(SSL Handshake, 협상)입니다. 제 블로그에서 가장 먼저 나온 글이자 가장 먼저 인기를 얻은 글이었죠. 글을 쓴 지 3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읽어 보고 있는 가장 아끼는 글들입니다. HTTPS 시리즈를 연재하고 나서 이어 "L4 스위치 쉽게 이해하기"와 "AWS 자격증(Solutions Architect Associate, Sysops Administrator, Advance Networking Specialty) 공부하기", "AWS Network 쉽게 이해하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AWS야 요즘 워낙 자료가 많지만 제가 자격증을 취득하던 시기에는 자료가 그리 많지 않아 제가 공부한 방법과 중요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면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연재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죠.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가진 지식을 나누기 위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얻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공부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부족한 부분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던 건 안 비밀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타, 오류, 실수 등을 댓글을 통해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댓글의 지적 덕분에 글을 쓸 때 좀 더 신중을 기하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검토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좀 더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IPSec VPN 쉽게 이해하기" 시리즈를 쓰기 위해 국회 도서관이 소장 중인 VPN 관련 석사 논문과 전문가들의 글, "networklessons.com"을 밥먹듯이 보았습니다. 글을 쓸 때 이 글을 읽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습관은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쑥스럽지만 제가 글을 조금은 쓰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30대 들어 발견한 저의 가장 큰 잠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