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로 일하는 우리 모두는 늘 공부를 합니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라면 Routing 프로토콜뿐만 아니라 TCP와 같은 상위 레이어 프로토콜, 그리고 점차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Cloud(이하 클라우드)까지 공부하느라 정신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로서 공부해야 할 것도 많지만 클라우드 솔루션까지 공부해야 하니 골치가 아플 지경입니다. 아무리 공부에는 끝이 없다지만 엔지니어로 살기로 한 이상 피할 수 없죠. 그런데 공부해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생계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죠. 기술과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급여로 생계를 꾸리며 자산을 축적합니다. 자산을 축적하는 목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 집 장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집 장만을 위해, 혹은 내 집 장만을 위해 받은 대출을 갚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읍니다. 저 또한 적금과 예금, 주식과 펀드에 돈을 넣으며 자산을 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커져가는 자산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여기에 더해 전 최근부터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연금입니다. 연금의 정의는 아래와 같죠.
연금은 정규적인 소득이 더 이상 없을 때 개인에게 해마다 소득을 제공하는 돈
- 출처 : 위키백과 -
내 집 장만을 위해 노력한다더니 왜 뜬금없이 연금 이야기냐구요? 제가 연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 집 장만이기 때문입니다.
내 집 장만, 현금 흐름, 노인 빈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도 내 집 장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 몸 누일 집 한 칸을 마련하게 되겠죠. 하지만 자산 형성에 있어서 최종 목표는 내 집 장만이 결코 아닙니다. "집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말 또한 좋은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은퇴할 시기가 되고, 노년에 이르러서 자가의 소유가 곧 현금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현금 흐름은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정한 소득을 얻는 것"을 뜻합니다. 자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누가 내 호주머니에 현금을 따박따박 꽂아주지 않습니다. 물론 주택연금을 통해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를 담보로 일정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요.
2023년,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통계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통계에서 두 자릿수 이상(20% 이상)의 수치를 나타냅니다. 자가가 있더라도 자가를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없고, 일정한 직장(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현금을 얻을 방법이 없으며,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월마다 일정 액수를 받고는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인 빈곤율이 높고 연금이라곤 국민연금 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노후를 위해 연금에 대해 공부를 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직장을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는 시점인 "은퇴 이후의 현금흐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나이 들어 빈곤하게 살고 싶지도, 자식들에게 의지하여 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죠. 첫 문단에서 언급한, 제가 연금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연금 제도를 통해 은퇴 이후의 현금흐름을 잘 준비한다면 불행하지 않은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30대 중반인 현재 그리 늦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연금 제도에 공부하며 철저히 대비하고자 합니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연금 이야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전 연금 제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국가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국민연금 이외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퇴직금이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오면 깨서 쓰기 바빴고 개인연금은 가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에서 세액공제라는 혜택까지 주며 왜 그렇게 장려하는지, 끊임없이 연금 제도를 개선하며 접근성을 높이려 하는지 몰랐습니다. 이제야 노인 빈곤율의 심각성과 은퇴 후 현금흐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연금이 은퇴 후 현금흐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보내게 될 노후를 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위 그림은 정부가 제시하는 은퇴 이후 원활한 현금흐름을 위한 3층 연금 구조(연금 3층탑)입니다. 평생 번 소득의 40% 지급을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있습니다. 그림만으로 보면 3개 연금으로 충분히 안정적인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국민연금은 40년동안 꾸준히 붓는 것을 전제로 40% 지급을 보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40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지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40%를 받지 못 한다는 것을 대강 알 수 있죠.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부족분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서 채워야 하는데 저처럼 퇴직금이 IRP 계좌에 들어오자마자 깨서 쓰는 사람도 많고 개인연금은 아예 들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아직 노후가 먼 훗날의 이야기이기에 준비하지 않는 것이죠.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여름부터 준비해야하는 것처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다 퇴사하며 받는 퇴직금이나 개인이 모아둔 일정 액수의 현금은 노후를 책임지기엔 액수가 그리 많지 않죠. 그렇기에 주식, 펀드, ETF 등과 같은 금융상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연금을 계속 키워나가야 합니다. 연금을 투자하여 소유한 금융상품은 차츰 가격이 우상향하고, 이자와 배당금을 낳고 또 이자와 배당금이 새로운 자산을 만들기를 반복합니다. 스노우볼 효과를 누리는 것이죠. 복리의 마법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복리의 마법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복리의 마법은 오랜시간 걸쳐 투자하였을 때 나타나는 마법이기 때문이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연금 이야기에서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해 다룹니다. 제 글을 읽으시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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